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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김미정
  • Mar 15, 2023
  • 27

엄마의 삶은 사방이 막힌 안경공장에서 먼지가 가득한 김밥 노점상으로, 한여름에도 추운 야채코너에서 설거지가 마르지 않는 주방으로 옮겨다녔다.

마치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엄마의 삶은 위태로워 보였다. 발을 뻗을 수 있는 공간은 너무나 좁고 자칫 잘못 내딛기라도 하면 물가로 떨어질 수도 있으니 엄마는 늘 긴장감과 조바심 속에서 살았으리라. 그런 엄마가 금방이라도 급한 물살을 타고 떠내려갈까 봐 불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징검다리 같은 삶을 마다하지 않았다. 엄마는 사랑하는 존재인 자식을 위해 스스로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길 자처했다. 자식만을 위한 삶, 그건 짊어지고 가야할 것 자꾸만 불어나는 고된 길이었다. 엄마의 고생은 생활이 되고 당연해져 갔다. 엄마는 고생을 하면서도 힘들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이제 엄마가 짊어지고 있는 절박함의 무게를 내려놓게 하고 싶다. 위태로운 곳에서 홀로 외롭게 있지 않도록, 좁고 고된 징검다리 위가 아니라 커다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들판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무엇보다 소중한 당신의 손을 꼭 잡는다.

– 김해안 에세이 <시선이 닿는 모든 순간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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