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편지
겨울이 오기 전 준비해야 할 것들
가을,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는 계절. 짧아서 더 그런 걸까요?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하지만, 낮에는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마냥 좋기만 합니다. 울긋불긋 단풍잎이 흩날리는 길을 바라보거나 창밖으로 스치는 낙엽을 볼 때면, 잠시 숨을 고르고 마음도 어느새 풍요로워지는 느낌입니다. 어느새 11월, 겨울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나는 매년 겨울이 오기 전, 하나씩 준비를 시작합니다. 집안을 정리하고, 식재료를 챙기고, 마음까지 단단히 다지는 나만의 루틴이죠.

내가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은 쌀입니다. 쌀은 우리 가족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존재입니다. 올해도 햅쌀을 넉넉히 주문했습니다. 잡곡과 찹쌀, 그리고 찰옥수수 알갱이까지 넣어 압력솥에 밥을 지으면, 한 끼 밥상도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해줍니다. 밥을 먹는 남편과 아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보기만 해도 배가 든든해집니다. 평범한 밥 한 그릇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옷장을 정리합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는 옷을 정리하는 일에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됩니다. 여름옷을 세탁하고, 가을과 겨울옷을 옷장에 걸어둡니다. 입지 않을 것 같은 옷들은 상자에 담아 아름다운가게에 보냅니다. 기부를 하면 집이 정리될 뿐 아니라, 내 손을 떠난 옷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마음까지 따뜻해지곤 합니다.

또 다른 겨울 준비는 바로 김장재료입니다. 친정엄마가 계실 때는 늘 맡기기만 했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준비합니다. 절임 배추와 고춧가루를 주문해 냉동실에 차곡차곡 넣습니다. 올해는 직접 김장을 담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묘하게 긴장되지만, 엄마에게 배운 대로 차근차근 해보려 합니다. 직접 담근 김치를 가족이 즐겁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준비합니다. 하루하루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도, 나는 작은 것에서 감사와 행복을 찾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집안 곳곳을 정리하며, 가족이 건강하게 함께 있다는 사실에 매 순간 감사하게 됩니다. 평범한 밥상, 정리된 옷장, 차근차근 준비한 김치, 그리고 하루하루의 작은 루틴 속에서 나는 작은 삶의 행복을 느낍니다.
이제 겨울이 와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따뜻한 이불, 넉넉히 준비해둔 식재료, 정리된 옷까지... 바쁘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준비를 차근차근 해두면 겨울의 추위 걱정보다 평온함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하루하루 소소하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내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겨울 준비란 결국 내 삶을 단단히 세우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 일인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주는 감사와 작은 행복이야말로, 내가 매일매일 마음속으로 준비하는 가장 큰 선물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겨울은 가을과 달리 차갑고 길게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미리 준비를 해 두면 그 겨울은 오히려 따뜻하고 풍요로운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겨우내 먹을 쌀독을 채워 넣고, 김장 준비를 하며, 가족과 함께 그렇게 다가올 겨울을 기다립니다. 평범한 일상 속의 무심히 넘어갈 수 있는 따뜻한 순간들이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겨울 준비란 결국 가족을 향한 마음의 준비이자, 삶을 단단히 세우는 과정일지 모릅니다. 오늘도 그 평범한 준비 속에서 감사와 행복을 배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