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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김미정
  • Feb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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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지금은 가사노동을 할 때 다음 순서를 생각하면서 합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하면서 다음 일을 준비하는 태도는 무척 중요하죠. 다음을 생각하지 않고 지금 하는 일에만 집중하면 시간과 노력과 자원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음을 준비해가며 일하면 어떤 노력도 헛되지 않고 순조롭게 잘 굴러 가니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일상적인 청소나 집안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궁리하거나 지혜를 짜는 것도 물론 좋지만, 그보다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지니는 편이 훨씬 편리하고 효율적입니다.

 

사용한 직후가 바로 손질할 때입니다. 물건을 사용했다면 반드시 손질해두는 습관을 지니도록 합니다. 사용한 직후엔 더러움이 심하지 않으므로 청소나 손질에 시간이 걸리지 않고,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습니다. 대부분 몇 분 이내에 해결되는 것이죠. 깨끗이 손질된 장소나 물건이 주변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또 다음에 사용할 때 기분 좋게 쓸 수 있습니다. 손질된 물건이나 장소는 소유자의 ‘예절‘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 준비를 하면서 ‘오늘 점심 땐 뭘 먹을까?’를 생각하면 아침에 먹고 남은 요리를 재활용하기 위한 방법이 떠오릅니다. 채소를 데칠 때도 며칠 보존할 수 있는 것이라면 조금 넉넉히 준비합니다. 그만큼 광열비와 노력과 시간이 절약되고, ‘남은 재료를 쓰면 된다’라는 생각만으로 마음에 여유가 생깁니다.

 

요리뿐 아니라 의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옷을 벗어 솔질을 하면서 뜯어진 곳이 없는지 단추가 떨어지려 하지는 않는지 확인하고 바로 수선해두면 다음에 입을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또 세탁 후 널기 전에 주름을 펴두면 다림질의 노고에서도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죠. 일을 하면서 다음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한 준비를 같이 한다면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순조롭고 쾌적해질 것입니다.

우리는 왜 불필요한지 알면서도 쌓여가는 물건에서 벗어나지 못할까요? 비싸게 주고 샀으니까, 선물 준 사람에게 미안하니까, 언젠가 사용할지 모르니까, 자식이나 손자 손녀에게 남겨줄까 해서… 등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답이 과연 실질적이고, 합리적일까요?

50대 이후 지금 필요 없는 물건을 ‘언젠가 사용할’ 확률은 10퍼센트도 안 됩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있는데, 앞에 든 이유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처분합니다. 인생 후반부를 물건에 파묻혀 살고 싶지 않다면 단호한 결단력이 중요합니다. 지금 필요한 물건 과 ‘마음이 원하는 물건’을 확실히 구분해야 합니다.

물건은 소유가 아니라 이용할 때 비로소 가치가 생겨납니다. 
물건을 늘리지 않기 위해 이 사실을 몇 번이고 자신에게 일깨우곤 하죠. 소유하는데 만족을 느낀다 해도 이는 장롱을 배불리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건에도, 자기 자신에게도 행복이 절대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모든 일에 무지했던 젊은 시절이라면 몰라도 50대라는 큰 산을 넘어섰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정도는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 너무 좋아서 도저히 떠나보낼 수 없는 물건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용 가치가 있는 물건에 둘러싸여 사는 삶이야말로 최고의 심플 라이프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도저히 버릴 수 없는 물건이 몇 가지 있습니다. 바로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선물 받거나 구매한 귀여운 테디 베어들입니다. 그 인형들을 오랫동안 옷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는데, 작년 크리스마스 때는 모조리 꺼내어 트리 앞에 장식했습니다.

이를 모두 처분하거나 친구나 지인들의 자녀 또는 손자 손녀에게 주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마음이 허락하질 않았죠. 그럴 때는 억지로 물건을 떼어 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내 나름대로 물건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잠시 시간의 흐름에 맡겨 두는 것이죠.

지금 테디 베어들은 침실 한쪽의 작은 테이블 위에 장식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전원 집합시키기는 어려워 ‘오늘은 너야’ 하며 일주일에 하나씩 상자에서 꺼내와 장식합니다. 깨끗하게 먼지를 털어주고 얼굴도 닦아줍니다. 테디 베어들이 밝게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과연 기분 탓일까요? 언젠가 이 친구들과 정말 이별하는 그날까지 조금씩 ‘이별의 카운트다운’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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