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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김미정
  • Mar 28, 2024
  • 1

생각에 체하게 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쉽게 넘어갔던 일들이 점점 무겁게 마음을 짓누르곤 합니다. "뭐 이런 걸로 힘들어하고 그래?", "이제 다 끝난 일인데, 아직도 그래?", "그 정도 일로 힘들어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래?" 걱정 어린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들인데, 정말 나에게만 어려운 걸까… 참 어렵기만 한 인생 숙제입니다. 이런 날에는 작정을 하고 청소를 하거나 주변을 정리합니다. 그 정리 범위 안에는 핸드폰 사진 정리도 들어 있습니다. 몇 년 전 사진을 정리하다 이런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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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노력하는 게 아니야.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지.

노력하는 순간 지치게 마련이거든.

 

왜 이런 메모를 남겼을까. 어쩌면 몇 년 전 역시 지금과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죠. 만약 오늘, 과거의 나를 만나면,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아마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위안을 과거 속에서 받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지금의 나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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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라는 말이 있습니다. 라틴어인 이 말을 번역하면,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죠. 처음 이 단어를 알았을 때,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습게도 힘든 순간의 어귀에서 이 말이 생각났죠. "죽음', 살면서 피하고 싶은 순간. 몇 달 간격으로 찾는 대학병원 대합실에서 죽음을 목도합니다.

 

대학병원은 항상 넘치는 환자 탓에 방을 두 개로 나누어 환자를 진료합니다. 작은 문으로 나뉜 두 공간에, 환 자 두 명이 동시에 들어가 있으면 의사가 작은 문을 통해 양쪽 방을 왔다 갔다 하는 구조입니다. 한 번은 차례가 되어 들어가 있는데, 작은 문 사이로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또박또박 들리지는 않았지만, 수술이 더 이상 힘들다는 전문의의 말과 걸게 이어진 침묵 뒤로 들리는 울음소리였죠. 가슴이 덜컹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마냥 남일 같지만은 않았던 까닭입니다. 그렇게 몇 분 후, 작은 문이 열리고 의사가 들어왔습니다. 꽤 담담한 표정. 매일 죽음을 논하는 이의 표정이었을 테죠.

 

그 표정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몇 분을 상황을 듣는데도, 건너편 방의 상황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가끔 그 순간이 어제의 일처럼 또렷하게 생각납니다. 그리고 힘든 순간이 오면, 꽤 자주 중얼거립니다. "Memento Mori"는 극약 처방일 수 있겠으나, 일상에 "죽음"이라는 단어를 들여놓으면, 많은 일에 너그러워지고,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얻게 됩니다. 분명 소심한 겁쟁이지만,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용감해지기도 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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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은 죽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반드시 우리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하루를 버티고, 사랑을 하고, 상처를 받으며, 또 그렇게 살아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을 살아내고 있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겁내지 마세요. 오늘이 우리에게 다정하든, 퉁명스럽든, 따뜻하든, 혹독하든. 당당히 오늘을 살아내어 봅시다. 내일이면 늦을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오늘이 아무리 보잘것없이 보여도, 우리의 시간은 모두 아름다운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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