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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김미정
  • Apr 11, 2024
  • 0

어리석은 사람은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는다.
순진한 사람은 용서하고 잊는다.

현명한 사람은 용서하지만 잊지 않는다.
- 토머스 사즈

 

부부 상담가는 부부를 대할 때 흔히 이런 질문을 합니다. 상대방을 용서할 일이 있느냐고. 첫 반응은 대개 당황스러운 표정들이죠. 그러곤 "아, 그건 이미 지난 일이고 이젠 거의 다 잊었어요" 하고 대답합니다. 그러다가 "다 잊은 건 아니고… 지금이라면 다르게 행동했을 텐데..."라며 말을 흐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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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보면 아직도 상처가 깊이 남아 있으며, 그 상처가 아물지 않았음이 살짝 드러납니다. 어느 정도는 극복됐지만 완전히 용서한 것은 아닌 것이죠. 잊었다면 다행이지만 마음 깊숙이 불신이 남아 있는 것은 숨길 수 없습니다. 철수 씨(가명)와 영희 씨(가명) 경우가 그랬습니다. 영희 씨는 남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해 이렇게 말했죠.

 

"난 이제 순진하지 않아요. 결혼 초기에는 순진했죠. 남편이 1년에 한두 번쯤 숲속 별장에서 침묵 수련이 필요한 사려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랬을 수도 있지요. 그런데 분명한 건 혼자한 게 아니라 다른 여자와 했다는 거죠." 이렇게 말하면서 경멸적인 웃음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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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 지나간 일이에요. 지금은 그때보다 좋아졌어요. 이제 세월도 흘렀고 저도 나이를 먹었으니까요. 그리고 남편의 그 여자도 풍상을 겪었지요. 우리 부부는 엄청나게 싸운 다음에 이 외도 사건에 대해선 입에 올리지 않아요."

 

이런 결말은 용서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용서하기'와 '덮어버리기‘ 그리고 '덮어버리기'와 ’그냥 잊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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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잊는다'는 말을 아주 쉽게 하며, 그 뜻을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말에 복잡 미묘한 심경이 숨어 있을 경우, 전문가들도 그 의미를 파악하기 힘들죠. ‘잊는다'는 의미는 보통 창피하고 고통스러운 일이 의식에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불편함이 남아있게 되죠. 예를 들어 잊지 못하는 사건이나 사람이 연상되면 마음이 불쾌하거나 무척 혼란스러워지는 경우 입니다. '외도'와 관련된 일이 떠오르면 남편이 죽도록 미워 지거나 그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죠.

 

단순히 잊는 것은 마음에 부담도 없고 어떤 나쁜 뒷맛도 없습니다. 그런데 자신은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옛일이 떠오르면 고통스러울 때가 있죠. 내적 갈등을 그대로 두고 문제를 덮어놓았을 때 그런 감정이 생깁니다. 사람의 심리란 복잡해서 용서하지 않고 덮어버리면 그 감정은 남아 있게 마련이죠. 따라서 '용서'란 짐이 되었던 어떤 일이 다시 떠오를 때 행할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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