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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편지

  • 김미정
  • Apr 16, 2024
  • 3

음원 차트 싹쓸이한 밤양갱의 유혹

 

가수 비비(BIBI)의 노래 ‘밤양갱’ 돌풍이 거세다. 지난 2월 13일 발매 이후 13일 만에 국내 음원 차트를 올킬하고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비비의 사랑스러운 매력과 장기하 음악 특유의 ‘말맛’이 달콤 쌉싸름한 사랑의 감정을 잘 전달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빠져들 정도다.

 

인기몰이의 요인에는 커버곡이 잇달아 쏟아진 점도 꼽힌다. 아이유, 박예린, 악뮤 이수현, 박명수, 황정민... 심지어는 김정은, 히틀러 버전까지 나왔다. 그만큼 따라 하기 쉽고 대중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이 AI 작품이라 새로운 기술이 가져온 저작권 논란까지 우려가 제기된다.

 

원인은 중독성. 한두 번 들으면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양갱제품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노래 한 곡, 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일으키는 대중적인 인기와 영향력이 얼마나 놀라운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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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인기와 중독을 먹고 산다

 

대중문화의 역사는 사실 이런 중독 현상이 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노래에 빠져든다는 건 ‘그 노래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도 마찬가지. 안 보면 보고 싶고, 보면 또 보고 싶은 현상. 이른바 ‘유사 연애’와 닮았다. 내 속에서 자라는 ‘성공 심리’에 대한 대리만족과도 통한다. 사실 K팝 산업은 이 같은 팬심을 교묘하게 자극하고 산업적으로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크리에이터는 대중들의 기호와 욕구를 읽는 사람들이다. 이른바 흥행 코드, 특히 웃음 코드나 눈물 코드 같은 걸 잘 건드리는 게 핵심이다. 역대 히트곡을 살펴보면 그 시대의 정서와 사회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대중의 욕망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 문화 현상이란 웬만한 전문가라도 그 결과나 성공 확률을 장담하기 어렵다.

 

 

애국이냐 국뽕이냐

 

중독은 위험하다. 적당하면 애정이고 애국이지만, 지나치면 폭력이나 국뽕이 된다. 손흥민이나 류현진을 응원하는 마음은 좋지만, 남에게 강요하거나 민폐를 끼치면 곤란하다. K컬처가 지금 잘나간다고 다른 나라를 가볍게 봐서도 안될 일이다. 문화는 이리저리 흐르고 세상사란 돌고 도는 법이니까.

 

최근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열애 사건이 심각한 사례로 떠올랐다.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극성팬들이 트럭 시위를 벌였고, 급기야 카리나는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왜곡된 K팝 팬덤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국내외에서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과열 경쟁의 시장에서 소수 열성 팬들의 구매력에 의존하는 K팝 산업의 비즈니스 행태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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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이 주는 유혹과 마력

 

근본 원인은 ‘인정 중독’이 아닐까. 인정은 사랑의 다른 이름,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고 싶어한다. 부모님이나 친구, 동료들의 인정은 우리에게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삶의 중요한 활력소가 된다.

 

하지만 인정에 매몰되면 우리는 관계의 구속에 빠지기 쉽다. 비대칭이나 불균형 상태로 기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계라면 어느 한쪽이 상대를 좌지우지할 권한을 쥐게 되는 법, 권력적인 갑을관계와 다르지 않다.

 

어느 정도면 중독일까. 원하는 수준의 인정을 받지 못했을 때 스스로 불행감과 부정적인 의식에 사로잡히면 위험하다. 과도한 몰입은 심각한 중독을 일으키고 스스로 파괴적인 상황에 이르고야 만다. 잘못하면 감정 과잉, 분노 폭발로 치닫기 쉽다.

 

글을 쓰는 일도 유사하다. 좋든 싫든, 끊임없이 독자의 인정을 구하는 행위와 같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한 후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혼자만 간직하는 일기와 다를 게 없다.

 

 

인정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중요한 건 정도의 문제, 얼마나 균형과 절제를 유지할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독자의 반응을 살펴보되,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일로 생각하면 어떨까. 내가 쓴 글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고, 독자의 반응과 해석은 또 다른 차원으로 이해하자는 말이다.

 

내가 독립된 주체로서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게 필요하다. 밤양갱이나 에스파, 손흥민은 나를 즐겁게 해 주지만, 따지고 보면 그게 나는 아니다. 내게는 나만의 삶이 있는 법이니까.

 

한 발 떨어져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이른바 ‘메타 인지’의 자세는 이럴 때 도움이 된다. K컬처의 스타 또한 마찬가지. 스타는 스타로서 존재하는 것이지 그의 인간적인 삶, 개인적인 영역까지 동일시해서는 곤란하다. 노래를 사랑하되, 가수와 무모한 사랑에 빠질 것까진 없다. 자신을 망각할 정도로 지독하게 빠져드는 건 특히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사 모든 일, 모든 관계가 그럴 것이다. 오늘도 나를 돌아본다. 내 삶의 중심은 누구이며, 누가 가장 중요한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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